충남 공주 계룡산 자락에 자리한 갑사는 백제시대에 창건된 천년고찰로, 계룡산 국립공원의 중심 사찰이다. 조선시대에는 무속과 유교, 불교가 어우러진 민속 신앙의 중심지였으며, 지금도 수행·관광·역사탐방지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신라 혜공왕 때 진표율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있으며,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수차례 중창되었다. 특히 계룡산의 명당 중 하나에 자리 잡은 입지는 풍수적으로도 실지로 여겨진다. 고즈넉한 산길, 문화재 전각, 삼청동계곡이 어우러져 명상과 산책에 안성맞춤인 도량이다.
1. 갑사 위치
갑사는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에 위치하며, 계룡산 국립공원 동쪽 능선의 깊은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다. 계룡산은 예로부터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형상’이라 하여 명산으로 손꼽히며, 풍수지리적으로도 최고의 실지로 알려져 있다. 사찰은 해발 약 450미터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계룡산 동쪽 자락의 ‘삼청동계곡’을 따라 오르면 진입할 수 있다. 이 길은 평탄하면서도 약간의 오르막이 반복되는 산책로 형태로 조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특히 이 계곡길은 사계절 내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며,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 덮인 고요한 설경이 아름답다. 갑사 입구에는 대형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관광버스에서 일반 차량까지 수용할 수 있다. 입장료는 없으며, 계룡산 국립공원 관리소를 지나야 하므로 입구에서 간단한 공원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갑사의 주변 경관은 매우 정갈하면서도 품격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동악팔경’ 중 하나로 꼽히는 삼청계곡은 계룡산의 생명수가 흐르는 곳으로, 이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히 정돈된다. 이처럼 갑사는 ‘산중 사찰’이라는 자연적 위용과 ‘풍수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을 동시에 지닌 입지적 특성을 갖고 있다.
2. 갑사 역사
갑사의 역사는 전설과 기록이 공존하며 매우 오래된 기원을 자랑한다. 문헌에 따르면, 본래 이곳은 백제시대 말기부터 ‘감로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불교 도량으로 기능하였고, 신라 혜공왕 5년(769년)에 진표율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널리 전해진다. 진표율사는 미륵신앙을 전파한 고승으로, 금산사·용문사와 함께 갑사를 중요한 미륵 신앙 도량으로 삼았다. 이로 인해 갑사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치며 ‘미륵도량’으로 널리 알려졌고, 일반 백성들 사이에서도 많은 신앙적 숭배를 받게 되었다. 특히 조선 중기에는 무속과 불교, 유교가 어우러진 복합 신앙 공간으로 기능하였다. 이는 갑사의 ‘용혈’ 전설이나, 계룡산이 조선왕조의 도읍 후보지로 검토된 사실과도 연관이 깊다. 세종대왕이 풍수상 실지로 여겨 갑사 일대를 유심히 관찰하였고, 일설에는 계룡산을 수도로 삼으려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그러나 병자호란과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사찰은 여러 차례 전소되고 폐허가 되었으나, 조선 후기 여러 스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복원되었다. 그중에서도 1790년대 영조 말기부터 순조 초기에 걸쳐 재건된 대웅전(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45호)은 지금도 그 위엄을 간직하고 있다. 근대에는 6.25 전쟁의 격전지였던 계룡산 일대에서 피해를 입기도 했으나, 불자들과 지역사회의 지원으로 점차 복원되었고, 오늘날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로 소속되어 활발한 불교 행사가 열리고 있다. 또한 갑사는 중생의 고통을 씻어주는 ‘관음도량’, 혹은 미래불 미륵을 기다리는 수행처로 불리며 많은 불자들이 찾는 참 배지가 되었으며, 특히 미륵불 신앙을 중심으로 한 재단과 신도조직이 여전히 활동 중이다. 이렇듯 갑사는 단순한 산중 사찰이 아닌, 삼국시대 이래로 이어지는 불교 신앙과 정치·풍수·민속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역사공간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3. 갑사 탐방 포인트
갑사 탐방의 첫 관문은 ‘일주문’이다. 계룡산 삼청계곡을 따라 약 10분 정도 오르면, 전통 양식의 소박하고 단아한 일주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후에는 삼문, 범종각, 대웅전, 명부전, 산신각 등의 전각이 차례로 배치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전각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게끔 남북 직선축으로 조화롭게 정렬되어 있다. 탐방의 핵심은 대웅전이다. 이 전각은 조선 후기 다포계 건축의 전형을 보여주는 건축물로, 단정한 구조와 내부 목재의 자연스러움이 특징이다. 내부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 협시보살이 봉안되어 있으며, 불단 앞의 목각 문양과 채색은 단순함 속에 정갈한 장엄함을 담고 있다. 대웅전 앞마당은 석탑과 석등이 배치된 조용한 공간이며, 특히 삼층석탑(보물 제256호)은 고려 초 석조 양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어 예술사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외에도 법당 내부의 불화와 목조 천장 구조물은 갑사 사찰 건축의 격조를 보여준다. 사찰 경내 외에도 주변의 자연 탐방길이 큰 매력을 선사한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갑사에서 시작해 계룡산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등산로이며, 이 길은 가파르지 않으면서도 운치 있는 숲길과 계곡을 함께 걸을 수 있어 탐방객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봄철의 진달래, 여름의 푸른 그늘,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은 사계절 내내 갑사를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또한 사찰에서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사찰음식 체험, 예불과 명상, 108배, 산행 수행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내면의 평화를 제공한다. 특히 ‘계룡산 명상길 걷기’는 갑사 템플스테이의 대표적인 힐링 콘텐츠로 꼽힌다. 사찰 주변에는 다산초당을 비롯해 여러 고찰 유적지, 무속 신앙과 관련된 전설지점, 그리고 소규모 박물관 등도 함께 위치해 있어 문화·역사 탐방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갑사는 여느 관광형 사찰과 달리, 전통 불교문화와 한국적 자연의 정취가 어우러진 ‘정통 도량’이다.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는 체험을 통해 삶의 본질을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이다.